시드노벨 4주년 단편선에 대한 감상.

오늘도 밤을 지새우고 계실 분들에게.

 

저는 이곳에 오는 분들이 단순한 독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최소한 어떤 의견이라도 덧글로 다는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작가지망생이라고 가정합니다.

 

작가 지망생은 무엇인가.

 

주민등록증을 받았는데 아직 수능 하루가 남은 고등학생?

 

꼬여서 군 입대 영장을 일주일 전에 받은 불쌍한 입영장정?

 

어정쩡하니 길 한 중간에 서 있는 "작가지망생" 이라는 이름은 참 슬픕니다.

 

분명 저기서 작가가 되는 이는 바구니 안에 든 구슬들을 흔들어 목걸이가 될 만큼 희귀할 겁니다.

 

대부분은 자신의 글이 나약하다며, 자신의 머리는 이 정도라며 발길을 돌리고, 독자로서 남겠죠.

 

자 그럼, 이것이 아닌, 적어도 한번이라도, 정말 편집부와 출판사에 미안해질 정도로, 아니면 받은 계약금이 받기 송구스러워 질 정도로 질 낮은 글이나마 출판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씁니다.

 

 

시드노벨은 우선 4년 동안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을 실행했고, 무엇이 한계였는가?

 

시드노벨.

4년만에 명실공히 거의 유일하다 시피 성공한 국내 라이트노벨 출판사로 기억될 겁니다.

초기, 후기 판타지 시장의 명암에 비하면 그 행보는 매우 조심스러웠고, 아직 그 빛이 다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어찌될 지는 모르지만, 그 이름은 적어도 공고해졌죠.

가난에서 벗어난지 불과 60여년 밖에 되지 않아서, 보릿고개의 기억이 머리 속에 생생히 살아 남아 있어서 모든 것에 인색했던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명암이 아직도 짙게 드리워져 있고, 그나마 경제위기라는 악재가 덮치고 있는데도 자랑스럽게 살아남았습니다. 인정합시다. 시드노벨은 강합니다. 초기에 시드노벨과 같이 설립되었던 라노벨 출판사나, 부들은 지금은 이름만 남고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면 시드노벨은 이 4년간 무엇을 보았을까요?

출판사를 만드는데는 고작해야 서류 몇번 적어내면 끝이라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출판사를 만들고 사람을 모으고 자금을 끌어모은다 한다면 결코 1~2년의 기획으론 어림도 없을 겁니다.

아무 것도 없는 진정 무에서(일본의 베이스가 있지만)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가시밭길임에 틀림 없습니다.

사실, 처음 2년간은 시드노벨에 있어 거의 좌절의 연속이었으리라 생각 합니다.

사람들이 투고하는 수많은 작품들을 밤새 검토하고 옥석을 가리고, 보석을 찾고, 그러면서 각종 여론이나 판매량에 극히 민감해야 했으며 당장 출판사의 불이 꺼지는 일이 없도록 검증된 인재를 모셔오는데 열과 성을 다했을 겁니다.

분명 저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경험한 분들이 이끌어 오셨겠지만, 처음 하는 일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은 굉장했을 겁니다. 이것은 초기 시드노벨 심사평들이 말해줍니다.

시드노벨이 보기에, 사람들의 첫 투고작은 한숨이 나오고, 스크롤을 내리게 만들고, 창을 닫게 만들고, 어떤 때는 분노하게 만들고, 어떤 때는 회의가 들게 만들었을 겁니다.

언젠가 나왔던 말이 있습니다.

 

"잘 쓰는 사람들은 라노벨에 관심이 없거나 있어도 그렇게 안 쓰고, 작가 지망생들은 참신하긴 한데 그것뿐이다."

 

초기 삼신기, 그러니까 초동, 미얄, 유령왕(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은 솔직히 팬덤이나 이름값에 기대는 것이 훨씬 더 컸습니다. 나름의 연마를 거친 보석들이니 여타 주제나 소재, 이야기등은 어찌되든 좋았습니다. 그들은 퀄리티 있는 글을 뽑을 줄 아는, 프로거든요.

시드노벨의 초기 도박은 여기서 성공한 것 같습니다. 물론, 4년 째인 지금 그것이 계속 되고 있는 가 하면 고개를 끄덕이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원동력을 얻었고, 시드노벨은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상시 공모전이라는 커다란 타이틀을 지고 나온 작품들은 그 때 당시의 사람들이 보기에도 영 아니었나 봅니다. 첫 수상의 영예를 누렸던 초기 5작품 이내중 현재까지 출간 되고 있는 것은 꼬리를 찾아줘, 단 하나 뿐이군요. 나머지는 엄청난 비난 속에 그대로 가라앉고, 분서되고, 종결 되었죠.

편집부가 아닌 밖에서 지켜 본 입장으로서도 사실 첫해는 뜨내기들이 무척이나 많았으며, 이들이 내놓는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냥 상시 공모전인데, 뭔가 정성어린 감평까지 내준다. 이런 걸 보고 한번 써보고 싶은 사람은 다 썼다고 보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적어도 반년에 한번은 뭔가 나와야 했습니다. 상시공모전인데 주루루륵 다 떨어트리고 단 하나도 없다면 무슨 이야기가 오갈지는 뻔하니까요.

 

2주년 때도 그랬습니다. 조금 줄었긴 했지만, 거의 마찬가지 상황이에서 이때의 심사평을 보면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기본을 강조하는지 애달플 정도였으니까요.

그나마 좀 나았습니다. 1주년의 경험이 있는 만큼 사람들의 어중이 떠중이는 떨어져 나가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남기 시작했으니까요.

 

3주년 때는 고작 1개.

 

이때는 심사기준을 어느 정도 확립하여 자체 기준을 확립했다는 뜻입니다. 2년까지는 솔직히 편집부도 같이 배워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비끄러지지는 않았죠.

그리고 또한 인터넷과는 다른 오프라인의 상황도 분석할만한 데이터가 쌓였을 겁니다. 물론 그 전에도 웬만한 데이터는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자기가 만들어낸 것과 남의 것은 또 틀리지요.

이제는 정말 아무거나 뽑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수많이 강조한 것도 있어서 기준에도 충족하는 것들이 다수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아무거나 뽑지는 않죠. 공모전 끝날 때 통과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작년 1차 때는 아무도 남김 없이 전멸했죠.

 

여기에서 시드노벨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사실, 불편한 진실이긴 하지만 그다지 열의를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그래요. 10대든 20대든, 30대든, 이런 서브컬쳐영역을 다루는데 있어 주위의 제약이 없는 사람은 로또 맞은 사람 외엔 없을 겁니다. 자기 맘대로 써도 상관 없는 20억이 통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하고 싶은거 해도 말릴 사람 없으니까요.

또한 시드노벨의 의향을 알 수 있는 재능 있는 사람이 그다지 안보인다는 겁니다.

참신한 것도 있고, 구성이 대단한 것도 있고, 이야기가 전율스럽고, 소재가 뛰어나지만 안타깝게도 편집부가 바라는 것은 아니거나 미묘했습니다. 그다지 많은 글들의 심사평을 본 것은 아니지만 실례가 몇가지....있었죠. 직접적으로는 말하지 않아요. 늬앙스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1회성이라는 겁니다.

인재 발굴이라고 하지만, 사실 일본에서도 무슨 상을 수상하여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들이 데뷔작 완결 이후로 다음 작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그러드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처음 이것이 옥이다! 라고 가려 뽑았지만, 시리즈 내내 힘을 유지하지 못한 것도 있고, 그 다음 작이 신통치 않은 것도 있죠. 뽑아내는 사람도 가뜩이나 적은데 그 사람들도 에너지로 가득 차 있진 않습니다. 사실 창작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에너지를 무한정 뽑아 쓸 수는 없는 일이죠.

 

그럼 무얼 실행 했을까요?

 

매번 시드노벨의 공모전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인터넷 온갖 게시판에 갖가지 이야기들이 나돕니다. 이번 신작은 x맛이네, 보니까 그대로 괜찮네, 이정도면 수작이네, 개판이네.

사실 편집부에서는 어느 정도로 여론이 악화되어 일방적으로 흐르지만 않는다면, 시드노벨 자게에 욕설을 써놓지만 않는다면(...)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원래 익명성의 공간에선 벼라별 이야기가 다 나도는데다가 신뢰할 것과 신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천지로 쌓여 있거든요.

그리고 중요한 오프라인의 판매량은 또 다릅니다. 판매량은 제 1 척도입니다. 뭐라고 하든 누구라든 반문 할 수 없어요. 그건 밥줄이니까요. 사람들의 선호도니까요. 썰을 풀어놓는 인터넷 게시판의 저 같은 어중이 떠중이 보다는 서점에 가서 심심풀이로 한권 사는 그분이 더 시드노벨에 영향력을 미칩니다.

거기다, 거의 주류시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시장이 최근 미소녀 모에물로 홍수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매 분기마다 쏟아지다시피 하는 점잖빼는 애니메이션이나 땅 파고, 혹은 우주 파는 애니메이션들은 사라지고, 대신 가슴 큰 소녀가 나와서 모에 큥 하는 애니메이션들이 득세합니다.

이것들의 영향력은 말 안해도 대단합니다. 본디 일본 국내 뿐만 아니라, 그 쪽의 영향을 거의 직접적으로 실시간적으로 받는 우리나라에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칩니다. 거기다, 애니메이션들이 유명한 라이트노벨들의 애니화를 시작합니다. 소재 고갈이라고 말은 하지만, 본디 경제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죽을 위기를 느끼면 성욕이 늡니다. 북극곰도 굶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암컷을 찾아서 일을 치르고 죽습니다. 이것은 비난 할 것이 아닙니다. 생명의 지극히 당연한 본능이니까요. 같은 값이면 귀엽고 예쁜 걸 선호합니다.

 

현재 서점에 진열되고 있는 신간들을 보세요. 소재나, 주제나 죄다 틀리지만 공통적으로 소녀가 헐벗고 표지에 나와 있고, 열어보면 시덥잖은 일상 이야기나 해괴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표지는 욕하지 마세요. 헐벗은 여성의 상반신(그것도 얼굴만한 밥공기 두개가 얹혀있는)이 나와 있는 물건은 10대 소년이건 50대 장년이건 다들 좋아합니다. 그게 팔립니다. 시드노벨 표지들에도 여성이 나오고, 앙가슴을 파고 있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드노벨의 한계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주류 시장이 일본에 종속적이라는 것. 물가가 만날 오른다는 것. 별다른 인재가 안잡힌다는 것.

 

시드노벨 편집부도 에반게리온이나, 스즈미야 하루히급의 작품을 써내는 작가가 문을 두드린다면 그게 설사 메일로 제목도 없이 툭 하니 온 원고라고 해도 눈을 빛내며 전화를 걸겁니다.

 

그리고 주류시장이 일본에 종속적이며, 그나마 팔리는 것이 이런 트렌드라는 걸 상당히 안타까워 할 겁니다. 절대 시장의 크기가 다른 것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못 주게 만드니까요. 일본의 1/100이나 될까 말까한 척박한 국내 라이트노벨 시장에서 그것을 거스르기란 오트슨님이 미얄의 정장을 동시에 5권을 내주는 것과 비슷한 난이도를 가집니다. -ㅅ-

이번년 2차 공모전에도 수많은 원고가 붙었고, 2차 심사를 기다리고 있으며 3차 심사에서 많은 분들이 고배를 마실 겁니다.

그래도 이젠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 합니다.

사실 심사평에 덧붙은 글에선 편집부의 스트레스가 여실히 느껴집니다. 공부 좀 하라고! 공부 좀!

 

 

 

각설 하고, 제목으로 돌아와 봅시다.

 

왜 이따위 장황설을 써서 가뜩이나 넷에서 긴글 읽기 힘든데 이러냐! 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만, 저만큼의 배경설명이 없으면 이건 뭔가 하는 쓰잘데기 없는 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 긴긴 사족을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8월 11일. 공모전 마감일까지 약 14일 정도 남았군요.

 

미소녀 단편 공모전.

 

2주년 단편선에서도 그랬듯이, 편집부는 자신들의 의향에 적어도 70% 이상 맞아 떨어지면서도 재능이 있어 보이는 글을 원합니다. 그것을 뽑느냐 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로 돌리고요.

 

넷상을 두루 검색해보니 걸리는 글이 있더군요. 사실 정확히 꿰뚫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덧글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주어진 것들을 가지고 얼마나 참신하고 매력적인 것을 써낼 수 있는가 하는 시험."

그분이 하신 말씀은 좀 달랐습니다만 대략적인 늬앙스는 이랬습니다.

 

소심한 소꿉친구
도도한 부잣집 아가씨
어른스러운 배구부 선배.
마음 속은 교활한 반장.
모두의 인기인
천진한 여동생/후배
책을 사랑하는 문학소녀
격정적인 음악소녀

저를 포함한 여러분은 이 조건들을 가지고 머리를 빠개지도록 굴려 뭔가 토해내야 합니다.

저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그것은 편집부의 의향에 맞지 않는 겁니다. 가차없는 암흑검이 떨어질 겁니다.

분명 저것들로 대체 뭘 써야하나, 다른 건 안되나? 이런 건 안되나? 하며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걸로 압니다. 어떤 분은 저런걸로 도대체 뭘 쓰란 말야! 라며 역정을 내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주어진 힌트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혹시 저 주어진 조건이 무엇을 뜻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셨나요? 저것을 내세운 편집부의 생각은 과연 어떠했을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저런 걸 내놨는지 머릿속을 까봤으면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실제로 까볼 수는 없으니, 상상해야 합니다. 문제 풀 때 출제자의 의도가 뭔지 이해하는 것처럼요. 단순히 저 글자들과 미소녀들에 매료되면 안됩니다. 저런 것들을 내놓게 만든 더 큰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25만원 주는 단편선이라고 허툰 생각을 가지면 안됩니다. 경쟁자는 많고, 그중에 여러분보다 잘 쓰는 분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중에는 편집부의 의향을 알아맞춰서 적당한 녀석을 써낸 사람도 있겠죠.

 

기실 이번 4주년 단편선은, 이것이 정말 잘못된 억측이라 편집부에서 항의 전화와도 할 말 없습니다만 여태까지 4년 동안의 테스트입니다. 고3 수능 시험 보듯이요. 괜히 팬미팅 안하고 단편선 하는 거 아닙니다.

있는 재료들만 가지고 뭔가 맛깔난 걸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조미료를 첨가하든, 어떤 부재료를 첨가하든 반드시 저 재료들이 부각되어야 하는 요리 대회입니다. 그것을 상상하는 건 각자의 상상과 방향에 달렸습니다. 누구는 위를 보고, 누구는 아래를 보겠죠. 저는 나름의 방향을 세웠습니다만, 그것을 여기에 쓰는 건 여태까지 위의 글을 모두 망치는 파렴치한 짓입니다.

 

과감히 파괴하려 들지 말고, 한번 저 조건들이 뭔지 생각을 해보세요. 잠시 컴퓨터 앞을 떠나, 키보드 앞을 떠나 산이라도 보면서, 카페에 가서 커피라도 한잔 빨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키보든 치는 거 그다지 안 어렵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글 기준 A4 백장 치는거, 반나절 만에도 가능합니다. 아직도 14일이나 남았습니다. 건필을 기원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기원하면서. 잠 못 이루는 이가.

by shaira | 2011/08/11 04:33 | 트랙백 | 덧글(1)
DCC 컨트롤러

캬아~~~ 드디어~~~
by shaira | 2010/04/20 13:37 | 트랙백 | 덧글(0)
이브는 어렵지 않아욤.
이브는 어렵지 않아욤.
by shaira | 2009/10/18 02:11 | 트랙백 | 덧글(1)
일식사진~~


아...망원렌즈만 있었어도...
by shaira | 2009/07/22 10:51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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